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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먹고 싶어요. 그게 가장 큰 칭찬인 것 같아요. 바라는 건 없어요. 배우로서 내가 맡은 배역으로 드라마에 잘 쓰이고, 시청자에게 아주 기억에 남는 나쁜 놈이길 바랄 뿐이죠.” 모처럼 제대로 악역 ‘착장’한 배우 이동건(43)의 주문은, 솔직하고 특별했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셀러브리티’(극본 김이영, 연출 김철규)로 돌아온 이동건을 만났는데요. 이동건이 작품으로 시청자를 만난 건 2019년 종영한 TV조선 드라마 ‘레버리지: 사기조작단’ 이후 4년 만. 이혼 등 가정사를 딛고 ‘셀러브리티’로 4년 만의 복귀 신고식을 성공적으로 해낸 이동건은 밝은 미소를 보였습니다.
‘셀러브리티’는 유명해지기만 하면 돈이 되는 세계에 뛰어든 아리(박규영 분)가 마주한 셀럽들의 화려하고도 치열한 민낯을 그린 작품입니다. 드라마는 사실적인 소재와 배우들의 열연, 몰입감을 만들어 내는 엔딩 등으로 인기를 끌며 넷플릭스 ‘전세계 비영어권 톱 10 프로그램(쇼)’ 주간차트에서 지난 3~9일까지 560만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로 1위를 기록했어요.
“굉장히 흥분되고, 기쁘고, 감사해요. 우려했던 것보다 더 재미있게 봐주셔서 기쁘고 뿌듯해요. 오랜만의 복귀작이라 더 감사한 반응입니다.”
이동건은 “주변의 99%가 아저씨라” 주위에서 반응이 올라오는 속도가 다소 더뎠다면서도 “예상보다 더 큰 반응이 오니 얼떨떨하다”고 했어요. 작품의 글로벌 인기 비결에 대해서는 ‘완성도’ ‘시의적절한 소재’ 그리고 ‘주연배우 박규영의 매력’을 꼽으며 공을 돌렸습니다.
그는 또 “(SNS는) 흥미롭고 궁금한 공간이지만 폐해도 크고, 한마디 한마디에 너무 많은 오해와 과장이 생기지 않나. 그런 부분 때문에 위축돼 개인적으론 SNS 활동을 하지 못했어요. 작품적으로는 어두운 면이 큰 소재가 됐지만 아주 현실적으로 재미있게, 완성도 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어요.
이동건은 극중 윤시현(이청아 분)의 남편이자 법무법인 태강의 대표 변호사 진태전 역을 맡았습니다. 태전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떤 방법을 동원하든지 가리지 않는 인물입니다. 사람을 ‘급’ 따라 차별하는 특권의식이 뼛속까지 장착된 인물로 ‘셀러브리티’ 내 최고의, 극악한 ‘빌런’입니다. 화려한 외면 뒤엔 낮은 자존감과 열등감에 ‘쩔어’ 있어 극단적 상황에 몰리자 끝내 폭주하고야 마는,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이기도 합니다.
작품을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은 “너무 젊고 화려해 부담스럽기도 했다”는 이동건. 하지만 흥미를 유발하는 스토리 안에서 펄펄 살아 있을 캐릭터를 떠올리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단다. 특별히 그는 “내 역할이 판을 좀 흔들 수 있겠다는 흥미로움과, 내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당당하게 말했어요.
“진태전은 선한 탈을 쓴 극악 빌런이었어요. 이 정도 강렬한 배역은 처음이라 더 하고 싶었죠
. 도전하고 싶었어요. 평소 차분하고 조용한 스타일인데, 나와 다른 역할을 연기할 때 쾌감을 느끼는 편이죠. 이번 작품 역시 그랬어요. 과거 사극에서 이런 경험을 해봤는데, 이번엔 현대극이라 더 매력적으로 보였어요. 재미있었죠. 마음껏 과장되게 했습니다.”
실제로 이혼을 경험한 그가 이혼남을 연기한다는 점은 공개 전부터 화제가 됐던 대목. 실제 연기에 임할 땐 그 부분이 어떻게 작용했을까. 그는 “다른 생각은 최소화하고 오로지 작품과 연기에만 집중했어요. (나의 이혼을 작품과) 연결지어 생각한 적은 없다”고 말했어요.
그는 그리고도 “연기를 할 땐 내가 살아온 삶이 투영될 수밖에 없고, 내가 느꼈던 게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진태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던 이유가 아닐까도 싶다”며 “내가 이 역할을 얼마나 잘할 수 있고, 내 경험이 잘 투영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솔직하게 말했어요.
같이 호흡을 맞춘 배우들과의 호흡에 대해서 묻자 솔직하고 담백하게 느낌을 전하면서 동료로서의 고마움을 전했어요. 그는 “참을성 좋고 배려심 많은 이청아, 예의바르고 굉장히 열심히 하는 깍듯한 모범생 박규영, 친해지긴 어려웠지만 가득한 열정이 인상적이었던 전효성. 정말 좋은 후배들 덕분에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들 덕분에 더 신나게 연기했다”고 말했어요.
또 극중 대립각을 세운 강민혁과의 연기에 대해선 “민혁이와 실제론 친한 사이인데, 호흡을 맞춰보니 생각보다 더 좋았습니다. 서로 큰 칼을 숨긴 채 숙이지 않고 남자들만의 기싸움을 벌이는 게 흥미롭고 재미있었다”고 돌아봤습니다.
첫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작업의 소회를 묻자 “연기에만 몰입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세상 많이 좋아졌더라”며 너털웃음을 지은 이동건. 그도 그럴 것이, 그 역시 어느세 데뷔 후 25년째 활동 중인 ‘중견급’입니다. 카메라 앞에선 아직까지 빛나는 스타 플레이어지만 20년 넘게 쌓온 배우로서의 커리어를 돌아보면 언제나 승승장구만은 아니었습니다. 인생 상황이 그러하듯, 부침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런 이동건이기에 이번 ‘셀러브리티’의 성공은 더욱 남다른데요.
“공개 하루이틀 앞에두고 몸이 정말 아팠어요. 스트레스가 극심했나봐요. 걱정도 컸고, 간절했고, 잘 되길 바랐죠. 그래도 오늘 정도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는 “연기를 오래 해오면서, 당연하다고 여겨온 것들이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화면 하나하나, 대본 하나하나가 소중해졌습니다. 감사한 마음이 훨씬 더 커졌습니다. 그래서 더 행복하게 이 일을 하게 됐습니다. 오랜만에 선보인 작품이 큰 사랑을 받아 감사하고 뿌듯하고 행복하다”고 말했어요.
‘셀러브리티’와 같이 또 한 번 기분 좋은 발걸음을 내디딘 이동건. 다음 스텝은 아직 정해두진 않았지만 “다음 작품은 더 진심으로 고민해 좋은 작품을 만나, 이번 작품보다 조금 더 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어요. “내 영역이 아닌 부분은 하늘의 뜻에 맡기”고, “나만의 무기를
열심히 찾는다”는 이동건이 보여줄 다음의 큼지막한 스텝이 어찌 기대되지 않을 수 있을까.
기대 이상의 신뢰를 쌓은 그가 또 한 번의 도약을 보여줄 때까지, 이동건표 ‘빌런’의 맛을 여러 번 제대로 음미해보며 그의 바람대로 시원하게 욕해주는 건 어떨까. ‘셀러브리티’는 넷플릭스에서 감상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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